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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재발견


왠지 모르게 피곤한 날이었다. 몇 달 째 계속되는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다. 미세먼지의 86%가 중국 등 외부에서 넘어오는 것이라는 뉴스가 있는데 서해안 쪽에 만리장성을 쌓든지 국가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집에 퇴근하니 어제 주문한 “센스의 재발견”이라는 책이 택배로 배달되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미즈노 마나부라는 일본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리클라이너 소파에서 졸면서 읽다가 깨서 다시 읽었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단숨에 다 읽었다. 센스를 기르려면 지식을 축적하고 연구해야 하며, 감수성과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지난달 신입생 예비교육 때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대외홍보실을 소개하며 재미난 이벤트를 했었다.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즉석에서 답을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답은 다섯 글자 이내이고 정답을 맞힌 학생에게는 선착순으로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이미 여러 선생님들이 “시간관리”나 “자기관리”, “꿈”에 대해 강조한 뒤라서 그런지 그런 모범적인 대답이 많았다. 선착순이라고 하니 학생들은 허겁지겁 문자를 보냈고 나는 순식간에 90여 통의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맞힌 학생은 없었다. 그것은 “센스”였다. 센스가 왜 중요한 지는 학생들이 보낸 문자에서도 알 수 있었다. 대부분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기가 누구인지 생략한 채 “시간관리”라고만 써서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것을 보고 내가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사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었다. 즉 “22기 신입생 아무개입니다. 답은 센스입니다.” 이런 형식의 문자라면 내가 그 답에 상관없이 만족했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답을 하거나 행동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센스다.

본래 센스는 생활과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감각이다. 눈, 귀, 코, 입은 각각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기 위한 센스 기관들이다. 또한 손은 촉감을 느끼고, 몸은 온도에 반응한다. 우리 몸 전체가 센서다. 거기다 인간은 망원경, 현미경, 엑스선, 내시경 등을 발명해서 감각하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센스란 육감 비슷한 것이지만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눈, 코, 귀, 입, 손, 몸을 이용해서 신호를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세우듯이 센스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재료로 한다.

그런데 “센스가 뛰어나다”와 같은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센스의 재발견”은 센스를 키우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마운 책이다.

2월에 했던 이벤트는 그 일주일 전에 내가 신입생들에게 2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통보받고 고민하다가 강당에 들어가기 한 시간 전에 떠올린 것이었다. 앉아서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문자를 보내며 참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학생들이 보낸 답을 이야기해주면서 즐겁게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보면 나의 센스도 보통은 아니다.

내가 볼 때 센스는 그 상황과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그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 나와 그는 어떤 상황과 환경에 있는가? 단번에 좋은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럴 때는 시간을 두고 나중에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결정적으로 뇌가 음미를 해야 센스가 길러진다.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곤하면 모든 감각 기능이 떨어지고 신호를 해석하여 판단을 내리는 뇌도 마비된다. 이번 주말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몸을 쉬면서 자신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센스를 발견해보자.
박형종 03-30 (목) 23:50 글 1249   답글 프린트 1 ▷618 폴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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