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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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 판교-여주





토요일이지만 신입생 면접 때문에 평소처럼 출근하고 낮에 퇴근했다. 가까운 곳에서 가을 은행나무나 단풍을 구경하다가 낮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여주에서 경강선을 타고 판교까지 갔다. 경강선도 타고, 전철 차창 밖으로 단풍도 보고, 판교에 있는 현대백화점과 교보문고를 구경하러 가는 일석삼조 여행이었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커피도 마시며 여유를 부리다가 2시 반쯤 출발하여 3시 20분 전철을 탔다. 경강선이 아니었으면 이런 늦은 시간에 서울방향으로 가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훈이는 국가스텐의 원주 공연을 친구들과 구경하러 가기로 해서 나와 아내와 시원이만 여행을 했다.

경강선이 개통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논밭 위에 세워진 역마다 주변 도로까지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원주에서 여주역까지 차로 약 40분, 여주에서 판교까지 전철로 약 50분 걸리는 길이었지만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날이 흐려 나뭇잎 색깔이 선명하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다. 기차를 탈 때에 비해 표를 예약할 필요가 없고 한 시간에 3대 정도 운행을 해서 알차게 시간을 쓸 수 있고 마음도 편했다. 몇 년 뒤에 경강선이 원주까지 연장되면 더욱 편하게 서울로 전철을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판교 현대백화점은 경강선의 출발점인 판교역에서 걸어서 2분 정도의 거리였다. 만약 토요일 오후에 자동차를 갖고 왔다면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4개 층의 지하주차장이 모두 만차라 주차가능대수가 0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시원이는 캐릭터샵이 여러 개 있고, 교보문고도 있어서 백화점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특히 플라잉타이거에는 처음 보는 소품들이 많아서 나도 재미있게 돌아보았다. 시원이는 볼펜과 머리빗을 사고 우리는 시훈이 선물로 골드바를 샀다. 시원이는 다음 주에 졸업앨범 촬영이 있다며 친구가 엄마에게 받은 틴트를 부러워했는데 내가 백화점에 온 기념으로 사주겠다고 하자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백화점 1층을 둘러보다가 주눅이 들어서인지 결국 원주에서 사기로 했다. 교보문고의 고급스런 의자에서 잠깐 책을 보는 사이에 아내는 옷, 단감, 빵, 우유 등을 쇼핑했다.

집에 오니 밤 10시가 채 안 되었다. 반나절 여행인데도 하루가 꽤 길게 느껴졌다.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낮잠을 잤다면 몸은 덜 피곤했겠지만 특별함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다. 삶을 낯설게 하기. 시간을 더디게 하기. 전철은 대학생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해주었다. 달라진 점은 그 때는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책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니고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전철에서 봤던 많은 사람들. 백화점을 활보하던 젊은 커플들. 시간과 공간의 교차로에서 짧게 마주쳤을 뿐이지만 나는 우리가 같은 우주인이라는 교감을 느꼈다. 광활한 우주의 이 좁은 곳에서 무한히 긴 시간의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만난 것이다. 그들이 나고 내가 그들이다.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모든 여행은 결국 사람을 찾는 여행이다. 여행을 자주 할 필요는 없다. 멀리 여행할 이유도 없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다. 여행이란 돌고 돌아서 곁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수고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형종 2016-10-22 (토) 23:33 글 1195   답글 프린트 2   ▷2725 폴더 일상[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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