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회 스피치 2016
(추석 연휴 잘 보냈나요?) (긴 연휴를 끝내고 학교에 오니 마치 새로 개학한 느낌입니다)
요즘 3학년 대학 수시원서 시즌입니다. 고등학생에게는 숙명적인 시기이죠. 입학한 지 1000일쯤이 되면 입시를 치르게 됩니다.
연휴 기간에 집에서 추천서 몇 장을 쓰다 보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글 솜씨도 없고. 추천서를 저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쓰시는 선생님들이 정말로 존경스럽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추천서를 쓰는 학생들이 하나같이 다 훌륭해서(진짜로!) 쓸 수 있는 스토리가 많아 걱정할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 이야기는 오히려 2학년이나 1학년에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3학년도 지금은 대학만 가면 하늘을 날 것 같겠지만 곧 더 센 놈이 나타납니다. 제가 오늘 하는 말을 잘 명심하면 인생을 사는 동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혹시 노자가 도덕경에서 한 말 중에서 유명한 것에 무엇이 있는지 아나요?
그렇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힘든 일도 하나씩 하다보면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천리란 약 400킬로미터로 서울 부산 거리쯤 됩니다. 1000일 동안에 갈 생각이라면 하루에 400미터만 걸으면 됩니다. 운동장 한 바퀴 거리. 이렇게 걷는 것은 전혀 힘이 들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이 방법에 단점이 하나 있는데 완주하는데 3년이 걸린다는 것이죠. 입학식 때 출발하면 졸업식 때 도착합니다. 사실 달랑 400미터를 움직인 다음에 그 다음날까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더 힘들 겁니다. 차라리 계속 걷게 해달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와 같은 말이 서양에도 있죠.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제가 얼마 전에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로버트 마우어라는 미국 UCLA의과대학 교수님이 22년간 환자들을 치료하고 상담한 결과를 토대로 쓴 것입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발견한 방법이 노자의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 책의 핵심 메시지는 뇌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할 것을 잘게 쪼개면 오래된 나쁜 습관도 좋게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스몰스텝 전략이라고 부르는데 이를테면 하루에 두 시간씩 게임이나 페이스북에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인 경우 하루에 1분씩 사용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오늘 두 시간 했으면 내일은 1시간 59분만 하는 것이죠. 성급한 사람은 고작 1분씩 줄여서 어느 세월에 습관을 고칠 수 있냐고 말하겠지만 여기서 핵심이 고작 1분씩 줄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는 급격한 방법은 오히려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두려움과 공포 반응을 촉발하고 금단 증상에 시달리게 되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하루 1분 씩 줄이면 세 달 뒤에는 시간낭비를 하루에 30분으로 줄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세 달이 걸리지만 이것이 3달 뒤에도 계속해서 2시간씩 시간낭비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이득인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인 경우에는 하루에 1분만 해보세요. 머지않아 너무 시시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겁니다.
스페인에 가면 세계적인 명소인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습니다. 가우디가 40년 동안 건축한 성당인데 건축을 시작한 지 144년만인 앞으로 약 9년 쯤 뒤에 완공될 예정이라 합니다. 가우디가 죽은 지 100년쯤이 지나서가 되는데 이미 2006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한 해 수백만 명이 그것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합니다. 가우디는 천재로 불리는 위대한 건축가지만 그러한 독특한 건축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준 스페인의 문화가 더욱 부럽습니다.
재미난 점은 지난해까지 134년 동안 70%가 완성되었는데 남은 9년 동안에 나머지 30%가 완성될 예정이라는 사실입니다. 막판에 건축 속도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것입니다. 그동안 건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완공 시기를 대폭 앞당긴 것인데 가우디가 살아있던 시기의 기술력이었다면 400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은 두 가지인데 첫째, 중요한 것은 기획(또는 비슷한 말로 설계, 디자인, 목표, 계획)이라는 점입니다. 400년 뒤를 보고 계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일단 시작해야 합니다. 나이키의 Just Do It. 이 말이 사랑받는 이유는 진리의 50%를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획 없이 Just Do It 만 하면 또 다른 스페인의 유명한 인물 돈키호테가 됩니다. 좌충우돌 놀림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리의 나머지 50%인 기획이 있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대하고 영리한 기획을 하라. 잘게 쪼개고(스몰스텝 전략). 지금 당장 하라(Just Do It).
가우디가 어차피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 완성되지도 못할 성당을 40년 동안이나 공을 들여 지었듯이 여러분도 어떤 위대한 설계에 따라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 그 목표를 여러분이 살아 있는 동안 달성하든 달성하지 못하든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개학 첫날처럼 설레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박형종
2016-09-19 (월) 20:11
[4] 인쇄 | 신동혁 김하경 우재현 강승우 박시훈님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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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아 크으 넘나 멋진 것 :D 2016-09-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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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체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너무 귀여우셨어요 2016-09-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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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종 김하경 한 번만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스피치ㅋㅋㅋ 2016-09-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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