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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는 집>을 읽고

| 건축물

1학년 때 쓴 독후감이에요 폴더를 뒤지다 보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게 안타까워서ㅎㅎ 최고의 자기계발 사이트 바다소에 올려봅니다 ★ 나중에 이 글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건축가가 사는 집>을 읽고....

1.
아직도 나는 공간을 가진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공간을 나누지 않고 어떻게 집을 짓고, 문명을 만들겠느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 누가 공간에 대한 권리를 갖고, 구역을 나누고,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사람이 만들어내지 않은 것이 한 개인의 것이 될 수 있을까?


2.
이해할 수는 없으나 지금껏 나도 많은 공간을 사적으로, 또 공적으로 소유하며 살아오기는 하였다. 공간은, 한 뼘을 가져도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자그마한 분홍색 방 한 개를 가져도 거기 난 창문으로 하늘을 볼 수 있고, 희미한 산등성이를 볼 수 있고, 분주히 저마다의 목적지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만큼을 다 내 공간으로 가질 수 있다.


3.
공간은 개별적이다. 아주 좁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아도 동생의 머리통에 온통 화면이 가려지는 자리가 있고, 다리를 쭉 뻗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그걸 열네 살에 파리에 가서 비로소 알았다.
여기가 샹젤리제지, 하고 내던져진 거리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감탄하면 좋을지 몰랐다. 반복적인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면서 와 그냥 참 예쁘다… 하는 생각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하릴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공간은 내게 수많은 ‘이름난 장소’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불과 5분 후에 샹젤리제 거리의 끝, 개선문 위에서 파리를 내려다볼 때에 내게 찾아올 감동을 알지 못했다.
눅눅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길 위에서 수직 50미터 위로 올라가자 모든 게 뒤바뀌었다. 개선문 위는 그 바닥과는 너무나 달랐다. 개별적이었다. 깨끗이 정돈된 열두 개의 길이 개선문을 중심으로 온 도시의 혈관을 이루고,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건물들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늘어서 있었다. 웅장했고 또 자유로웠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온통 흩날려도 좋았다. 거기서 머무를 수 있는 10분이 너무 소중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때, 아주 조금의 공간의 이동으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낳을 수 있음을 배웠다.


4.
여러 박람회도 다녔고 유명한 건축물을 꽤나 보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건축물 자체가 아니다. 건축물이 규정하는 그 나머지의 빈 공간, 그것이 건축물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주변 풍경과 날씨가 좋은 것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5.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하면,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만의 집을 짓기’를 적어 넣는다고 한다. 흔한 꿈이지만 나 역시 한때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물은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이고, 가시적이고, 오래 남고, 유의미한 유산 중 하나인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제 건축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 일이 많은지 알고 있지만 여전히 긴 시간이 흐르면 내가 지은 집을 갖게 될 거라고 믿는다.


6.
사실 내 건축 취향은 정말 편협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집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생각날 때면 해외 부동산 사이트를 돌아다니곤 하는데도, 지금껏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 집은 딱 한 채에 불과하다.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건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하는 건축물은 아까 말했던 개선문과 경복궁이 전부이고. ‘나만의 집을 짓기’보다 더 흔한 꿈이 ‘나만의 집을 갖기’인데 난 워낙 까다로워서 남이 지어 놓은 집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지 싶다.

난 집이 넓었으면 좋겠다. 하얀색으로 채운 넓은 집에 창백한 조명을 잔뜩 켜 놓고 공허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다양한 색을 번잡하게 늘어놓고 싶지 않고 아기자기한 장식을 두기도 싫다. 아, 또 있다. 서늘한 기후에 집을 지을 거다. 바깥을 향해 완전히 열린 모양의 디귿자 집을 지어서, 그 한가운데에 하얀 소파를 놓고,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면서 명상을 할 거다. 왜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내 꿈이다.


7.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터뷰한 건축가들의 집이 다 일본에 있는 집들이다. 보통은 집을 창의적으로 짓지 않으니까. 집들은 다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한 건축가는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칠 년간 수없이 많은 자료를 뒤져 스케치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스케치북을 내 보였다. 다른 건축가들도 한눈에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집들을 지으려고 치열하게 구상하고 설계한 것이 뚜렷이 보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어느 건축물에 완전히 매혹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집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건축가들을 보며 그들이 무엇을 매력적인 구조라고 느끼고 어떤 디자인에 흥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그들이 지은 집이 - 비록 내 입맛에 들어맞지 않는다 해도 - 얼마나 긴 고민 끝에 나온 창조적인 결과물인가,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와 닿았다.
오타니 히로아키라는 꼼꼼한 건축가는 조그만 공간에 계단을 넣기 위해 고심하다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두 줄의 계단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바로 맞붙어 있는 ‘교차 계단’을 만들어 넣었다. 만일 내가 이 집을 지었다면 일단 구석에 계단을 넣으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걸 설명하는 그 사람의 태도가 너무 열성이어서 멋져 보였다.


8.
자신이 지은 궁극의 집에서 사는 건축가들의 기분은 어떨까? 아침에 눈을 떠 자신이 설계한 천장의 미묘한 경사를 보고, 부엌으로 걸어 나가며 자신이 창조해 낸 허공을 통과하는 것이 언젠가 익숙해질 일이기는 할까? 몇 살 때건 내게 크고 넓은 하얀 집이 주어져서, 그 온전히 열려 있는 벽 가운데에 흰 소파를 놓고 앉아 있을 수 있다면 나는 거기 계속 앉아 있을 수 있다. 공간의 주인이, 또는 일부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발끝까지, 머리카락 끝까지 느끼면서. 아닐까? 그건 그저 꿈에 불과한 걸까? 집은 다른 건축물들과는 다른가? 새로움 대신에 안식을 느껴야 마땅한 걸까? 그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난 매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 새로운 집이 된 민사고도, 일 년째 살면서도 그 모습이 날마다 다르고, 날마다 작은 감격을 안겨 주니까. 내가 예민한 수용자니까, 분명 그럴 수 있을 테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광경들을 보더라도 결코 미에 무뎌지지는 않으려 해야겠다.

김하경 2016-08-02 (화) 22:53 글 1137   답글 프린트 3   ▷4675
박형종   자기가 사는 집을 건축한다는 것은 로망 중의 로망이지! 그런데 내 생각에.. 집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주변과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아. 그래서 입지가 중요한 것이고, 조경도 중요하지. 나중에 집 짓게 되면 꼭 미리 나에게 자문을 구하도록ㅋㅋ 2016-08-03 00:30  답글
김하경   ㅋㅋㅋㅋㅋㅋㅋ비행기 티켓도 보내드릴게요! 놀러오셔요~ 2016-08-03 13:21  답글 1
박형종   비행기도 타야 하나? 요즘 핫하다는 제주도에 지으려고? 기대되긴 하는데 나 죽기 전에 볼 수 있으려는지ㅋㅋ 2016-08-03 15:44  답글
김하경   쌤! 근데! 바다소 이용자 순위를 보세요!!!!!!! 제가 시훈이도 이겼어요~ㅋㅋㅋㅋㅋㅋㅋ 2016-08-03 21:27  답글 1
박형종   ㅎㅎ 작은이야기의 위력^^ 아무튼 건축가가 사는 집이란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 마침 원주 도서관에 책이 있더라고. 2016-08-03 21:49  답글
김하경   ㅋㅋㅋㅋ대학 졸업하면 한국을 뜰 겁니다 =3 아마 유럽이나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ㅎ시바견 두마리도 준비해둘테니 오세요ㅋㅋㅋ 당연히 그때까진 살아계셔야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8-03 21:26  답글
박형종   오 마이 갓!! 슈바이처인 것인가??? 나는 그냥 인터넷으로 소식 듣는 것으로 만족하기로ㅋㅋ 2016-08-03 21:39  답글
김하경   왜 그렇게 작은걸로 만족하세요ㅡ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업하면 저 진짜 완전 보고싶으실걸요? 2016-08-03 21:49  답글
박형종   분명히 그럴 거야~~ 그렇지만 비행기 타고 외국 가는 것은 꽤 귀찮단 말야.. 그냥 네가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걸로 해라ㅋㅋ 2016-08-03 21:56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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