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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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목적


요 며칠 습하면서 더워서 낮에 활동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밤에는 바람이 시원하다. 방의 온도는 27도를 가리키지만 반소매, 반바지 옷을 입고 있자니 살짝 춥다. 확실히 열대야는 아니다.

친한 선배가 최근에 이사를 갔는데 그 집을 방문하러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바로 세종시 연서면으로 갔다. 내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친한 형이다. 원래는 토요일에 친구랑 셋이서 금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만두었다. 대신에 차를 타고 다니며 새 집에 들여놓을 냉장고와 가구들을 살펴보고 고려대 조치원캠퍼스, 고복자연공원, 세종시를 구경했다. 뉴스로만 보던 세종시를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살펴보았다. 아직 관공서에 비해 아파트는 많고 문화시설은 별로 없어 보였다.

하루를 자고 원주로 올라오니 처제네 아파트 입구에 새로운 카페가 오픈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목욕탕이었는데 같은 사장님이 그 후로 가구점으로 바꾸었다가 이번에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를 만든 것이다. 마침 토요일 저녁에 막내 처제도 원주로 놀러 와서 함께 팥빙수와 와플을 먹었다. 정말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공간에 목말라 있다는 것인지? 우리는 열 명도 넘게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놓인 유리 칸막이 방에 있었다. 칸막이 옆 2인용 테이블에는 고등학생이 혼자 음료수를 시켜놓고 공부했다. 카페의 백색소음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는데 집에서 공부하기가 마땅치 않다면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앉아서 이야기만 하기에는 답답해서 카페를 나와 40분 정도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내려왔다. 야경을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비교하였는데 스마트폰 카메라가 화질이 더 좋았다.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경쟁 제품은 쏟아진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은 모처럼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혁신도시로 갔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 출발하려고 마음이 급했다. 마음에 드는 상가건물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공사가 끝난 건물이 늘어나면서 도로가 뚫리고 넓어지고 깨끗해졌다. 9시쯤 돌아오니 아내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고 시훈이를 기후변화대응센터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에 데려다주느라고 집에 없었다. 아내가 돌아오자 나는 아이스커피와 아이스카페라떼를 만들어서 브런치 스타일로 아침을 먹었다.

점심때는 아내가 해주는 콩국수를 먹고 안방 침대에서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킹사이즈보다도 더 큰 독일제 매트리스가 8년도 더 되었지만 아직도 쿠션감이 최상이다. 매일 시원이방의 싱글침대에서 자는데 어쩌다 안방의 큰 침대에 누우면 팔 다리를 쭉 벌리고 삐져나가는 경계가 없는 공간을 느껴본다. 행복한 순간이다. 이 침대에서 매일 잠을 자는 아내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밖의 온도는 매우 높았지만 안에는 바람이 불어 선선했다. 덕분에 편안한 잠이었다. 큰 처제와 막내 처제가 집에 놀러온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잠에서 덜 깬 나 대신에 아내가 아이스커피를 뽑았다.

주말에 이렇게 저렇게 다녔지만 한편으로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한 달도 지난 메모들을 보면서 단편적인 생각들을 스토리보드에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바다소의 아침출석 프로그램, 오늘의 명언, 스토리보드 프로그램들을 다듬었다. 옛날에 철학자들이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는 종이와 펜 밖에는 없었지만 나는 인터넷과 바다소 서버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그런 도구들 덕분에 나는 생각을 끄집어내고 가다듬고 조직화할 수 있다. 나는 예전의 철학자보다 더 쉽게 생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도구가 중요하다. 훌륭한 도구가 있어야 뛰어난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 뛰어난 생각이 훌륭한 도구를 만든다.

오랜만에 저녁 먹고 원주천을 산책했다. 6월 23일 메모에 끄적거렸던 인생의 목적에 대해 매듭을 지어야 할 시점이었다. 고개를 들어 먼 우주를 바라볼 때 티끌과 같은 우리는 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야 할까? 무엇을 위해? 살짝 회의감이 든다. 허무주의를 극복할 철학은 무엇일까? 내가 찾는 해답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이다.

어쩌면 정답은 우리의 진화과정 속에 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철학을 하지 않는다. 그냥 본능을 따라 살아간다. 배불리 먹고, 잘 자고, 건강하고, 좋은 자손을 낳고 기르는 것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다. 분명히 인류의 DNA에는 그런 본능의 욕구가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은 당연히 그런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1차적인 삶의 목적이다.

2차적인 삶의 목적은 1차적인 즐거움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것은 1차적인 삶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과 관련이 있다.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것 등의 활동은 대체로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생물학적인 욕구를 충족한 후에 남는 시간을 즐기는 여유와 놀이로부터 시작되었다. 2차적인 삶의 목적은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되면서 등장한 것으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현재 우리는 때때로 2차적인 삶의 목적이 1차적인 삶의 목적보다 더 중요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밥은 굶을지언정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건너뛸 수 없다. 2차적인 삶의 목적이 덜 개발된 사람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고 따라서 그 사람의 DNA는 후대에 전달되기 어렵다.

3차적인 삶의 목적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갖고 있다. 가령 평생 맨 눈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기록했던 티코 브라헤 같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3차적 즐거움은 영원함과 관련되어 있다. 진리를 탐구하고,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는 운동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교육이나 종교에 헌신하고, 책을 쓰고, 음악, 미술품, 건축물, 영화 등을 만드는 활동이 그렇다. 원래 그런 것을 탐구하거나 만드는 것은 생명체에게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본능적으로는 전혀 쓸데없는 일이다. 그런 장착 활동에 전념했던 많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그 당시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예는 널려 있다.

아마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1차적인 본능과 2차적인 문화적인 즐거움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3차적인 즐거움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모든 차원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위해 나머지 것들을 억제하거나 희생할 필요는 없다. 3차적인 삶의 목적을 갖고 있었던 티코 브라헤는 부자였고, 모임과 파티를 즐겼다. 다른 사람의 지성을 자기 것처럼 쓸 수 있는 현대의 문명과 도구들 덕분에 요즘은 기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고도 누구나 뛰어난 철학자가 될 수 있다. 현대의 도구에 관심을 갖고 현명하게 이용하라. 결론은 이렇다. 1차적인 본능을 만족하고, 2차적인 여가활동을 즐기고, 3차적인 영원성을 위해 노력하라. 배부른 소크라테스. 이것이 현 시점에서 인류의 타당한 삶의 목적이지 않을까 싶다.
박형종 2016-07-10 (일) 23:30 글 1134   답글 프린트 2   ▷3702 폴더 생각[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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