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태양의 후예
돌연하게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이 벌어지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편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30%를 곧 넘을 기세다. 세상의 변화가 현란하다.
고등학교 시절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였고, 주말마다 기원에서 살았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이세돌을 응원하였는데 결과는 오늘까지 세 번 모두 패했다. 첫 판을 졌을 때는 이세돌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을 실수로 졌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바둑에서는 알파고가 무척 세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으며, 세 번째 바둑을 보고서는 이세돌이 참 대단한 기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과 형식의 제약 속에서 1000대 이상의 인공지능 컴퓨터들과 홀로 싸워서 컴퓨터들이 2시간을 다 쓰고도 초읽기에 몰릴 정도로 훌륭한 바둑을 두었다. 그는 회피할 수도 있었지만 호기심을 갖고 도전정신으로 대결에 응했고, 최선을 다해서 짧은 시간 동안에 천재적인 수들을 고안하였으며, 이번 대결이 불공정하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었으나 매번 결과에 순순히 승복했다. 말하자면 그는 위대한 바둑 기사다.
“태양의 후예”는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약 2년 만에 보는 드라마다. 멋진 군인 송중기와 예쁜 의사 송혜교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종횡무진 활약한다. 어제와 오늘 저녁 온 가족이 함께 다시보기로 1,2회를 보았다. “무한도전”과 “1박2일”같은 예능만 보다가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니까 더 재미난 것 같다.
바둑도 그렇고 인공지능도 그렇고 텔레비전 드라마도 모두 인간의 뛰어난 작품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극심한 시간과 공간과 재료의 제약 속에서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서 요란스럽지만 아름다운 것을 그리워하고 지나간 날을 추억하는 감성은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가령 알파고가 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 모두는 태양의 후예들이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누구나 태양처럼 밝고, 우주처럼 넓은 속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만드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그 속에서 오랫동안 전해졌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