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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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Maldives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막상 일어나보니 쨍쨍했다. 아침으로 아내가 어제 사온 빵을 먹고 1인용 소파에 앉아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여유 있는 토요일 아침이 좋다. 그리고 차의 브레이크오일과 안전벨트를 교체하러 갔다가 안전벨트 재고가 없어서 예약만 하고 와서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아내가 내 차를 몰고 함께 근처 혁신도시로 드라이브를 했다. 단독주택 단지에 지어진 집들이 각양각색으로 멋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상가주택을 짓고 싶다. 1층에는 서점과 카페가 있고 3층에는 살림집이 있는 식이다.

시원이가 목감기 기운이 있어 점심은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갈비탕집으로 갔다. 점심을 먹고 예도가원이라는 갤러리 카페에 들렀다. 이곳은 원래 음식점을 하려던 곳이었는데 몇 년 동안 계속 빈 상태로 있었다. 새 주인이 인수를 해서 작년 9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치악산 가는 길의 높은 위치에 있어 탁 트였고 카페 말고도 갤러리 건물이 두 개나 있다. 카페에는 예쁜 접시들이 많아서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긴 한데 테이블이 몇 개 없고, 한 테이블을 빼고는 우리 집에서 공부할 때 쓰는 의자라서 그곳에 앉으면 공부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단체 여자 손님들이 빠져 나간 틈에 3인용 소파와 1인용 소파가 두 개 놓인 테이블로 옮겼다. 카페는 무엇보다 의자가 편해야 한다. 따뜻한 봄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도 상쾌할 것 같다.

카페에서 나와 전원주택마을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시훈이가 학교에서 필요한 책을 사러 북스타 서점에 들렀다. 지난번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인테리어 잡지 코너에서 잡지책을 몇 권 보다가 여행 코너로 가서 책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맨 아래쪽 칸에서 “몰디브Maldives”란 책을 발견하였다.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책은 2008년에 나왔을 때 이 서점에서 봤었는데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절판이 되어서 사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렇다고 원래 2만천원인 정가보다 비싸게 중고를 3만5천에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된 지 몇 년 만에 다시 홀연히 서점에 나타난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그 책을 살 수 있어서 기뻤다.

나는 무릇 여행 책은 “몰디브Maldives”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멋진 사진이 큼지막하게 많아야 한다. 글은 나중에 천천히 읽더라도 사진만 봐도 기분이 황홀해지는 책이 좋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그곳을 꼭 가봐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눈으로 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우리, 독립 책방”이란 책도 샀다. “눈으로 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역시 사진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두께가 얇아서 어디 여행갈 때 가지고 가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독립 책방”은 전국의 작은 책방 29곳을 인터뷰한 책이다. 내가 나중에 서점을 하고 싶어서 샀다. 언뜻 읽어보니 독립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뜻이 좋기는 한데 경영상의 애로사항이 많은 것 같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에 조금씩 천천히 읽어볼 작정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나는 가급적 좋은 책은 사서 내 옆에 놓고 싶다. 대학교에 다닐 때 어머님이 한 달에 12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주면 5만원의 월세를 내고 남은 돈의 절반은 우선적으로 책을 사는데 썼다. 남은 3~4만 원 정도로 한 달 동안 먹고 살아야 했다. 그 당시 유일한 즐거움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이었다. 요즘도 서점에 갈 때가 가장 즐겁다. 종종 가족과 함께 교보문고에 가는데 다른 점은 그 때는 물리책과 수학책만을 샀는데, 이제는 훨씬 다양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서점을 하면서 지금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하는 많은 책들을 읽고 싶다.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어도 책들 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나는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텔레비전, 프로젝터, 카메라, 캠코더, 오디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많은 돈을 썼지만 정작 내 마음이 가장 편한 시간은 종이책을 손에 들고 있을 때였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몰디브Maldives” 책을 다시 만지작거려본다. 잉크 냄새, 종이의 질감, 책의 두께감과 무게감, 손가락을 누르는 압박감, 빛에 따라 변하는 색깔, 조명의 방향에 따른 음영, 페이지를 넘길 때 손끝을 살짝 미끄러지는 촉감과 얼굴에 살랑거리는 바람. 어떤 전자책 소프트웨어도 그 느낌을 흉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종이책은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속성 자체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전한다.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그 종이책들이 있었다. 결국 긴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종이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박형종 2016-03-05 (토) 21:56 글 1097   답글 프린트 1   ▷3825 폴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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