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aso.net > 김연아 이번 이슈의 제목을 뽑는 데 많이 고심했다. "아름다운 순간", "입학식", "3월 1일" 등이 우선 떠오른 제목이었다.
책상 위에는 이틀전 그러니까 2월 27일 토요일 신문의 6면이 펼쳐져 있다. 나는 일상적으로 그래왔듯이 지난 신문이므로 버리려다가 방금 전 그 날의 신문은 오래도록 보관하기로 하고 다시 찾아서 펼쳐보았다. 그 신문의 1면에는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는 김연아의 사진이 전체를 메우고 있다. 6면에는 "연아가 내디딘 한걸음 한걸음이 한국 피겨의 역사가 됐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라는 글이 검정색 박스 안에 하얀 글씨로 씌여있다.
나도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를 봤다. 24일, 26일 학교 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숨죽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때서야 실감했고, 연기를 하러 빙상장에 들어섰을 때는 사람들이 왜 심장마비에 걸리는지 이해하였다. 그리고 두 번다 너무 감격했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김연아 말마따나 나도 왜 그랬는 지는 모르겠다. 내가 언제 다시 스포츠에서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을런지. 그의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는 스케이트를 탈 줄 모르고, 피겨 스케이팅의 규정도 잘 모르지만, 그가 들인 노력이 어마어마했으리라는 것은 안다. 그가 6살 때부터 숱하게 빙판 위에서 점프하고, 넘어져 나뒹굴 때,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아마 확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수한 날들을 빙상장에서 외로이 연습할 때, 그 결과 전 세계 사람들이 벅찬 감동을 받으리라고는 더욱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매우 열심히 노력해도 빛을 못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김연아는 행운아다.
무엇이 인생을 걸고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답이 없는 질문이란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해본다.
16살 때 은퇴도 고려했었다는 김연아라면 아마 그 당시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잘 하는 것".
이제 스무살의 김연아. 다음 올림픽이 될 지, 프로선수일 지, 스케이트화를 내려놓은 평범한 대학생일 지. 그게 어떤 길이든 그가 선택한 것이라면 조용히 응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