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신문에 지난 20년 간 우리를 지배해왔던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는 기사가 떴다.
최근 심리학 학술지 "심리과학"에 발표된 논문의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고작 4%이고, 음악, 스포츠 분야에서도 기껏해야 18~21%에 불과하다. 즉 어떤 분야든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성공에 오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도 제시했는데 조기 교육이 효과적이고,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대회나 경쟁을 통해 성과를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도움이 되며, 자유형과 배영을 함께 연습하는 것처럼 한 분야를 배울 때 관련 분야와 함께 배우는 것이 실력 향상에 좋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교육과 자기계발 분야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프레임에서는 노력하는 시간이 중요한 잣대가 되겠지만 그것보다 선천적인 재능이 중요하다는 프레임에서는 자기가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선천적인 재능과 그것을 조기에 발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린 나이에 스케이트를 시작하고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모두 김연아가 될 수는 없다. 한편 김연아가 어린 나이에 스케이트화를 신어보는 경험을 하지 않았었다면 오늘날의 김연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연아가 아니고,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될 생각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자기의 타고난 재능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어떤 경로를 따라서 그것을 계발할 것인가? 질문은 어렵지 않지만 대답은 정말 어렵다. 열심히 달린다고 정답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제 이마트에 갔었다. 쿠션 있는 샌들을 하나 사고, 카메라와 캠핑 용품을 구경했다. 지난 2주 동안 비싼 렌즈를 하나 살까 했는데 한 번은 결제가 안 되고, 한 번은 배송이 지연되어 결국 포기했다. 그동안 새로 산 카메라에 기존에 갖고 있던 렌즈를 끼어서 사진을 찍어보니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캠핑 용품도 당분간 더 살 것은 없어 보였다.
조그마한 서적 코너에서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들고 텔레비전 코너의 소파에 앉아 책을 중간 부분부터 읽었다.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는 내용이 신선해 보였는데, 결국 비슷한 결론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성공은 10년 뒤를 내다보는 치밀한 준비에 있다고나 할까.
내 생각은 이렇다. 자기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가를 아는 것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마치 김연아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아이스링크장을 갔었던 것처럼.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운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이고, 그렇게 말하기가 불편하다. 그렇지만 좀 더 이야기 하자면 운이라는 것은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출발하고 이륙해서 정상 고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작용한다. 비행기의 두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자마자 운이 작동되기를 멈춘다면 성공적인 비행을 보장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기서 내가 말하는 운이라는 것이 동전 던지기와 같은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전 던지기에서는 아무리 많이 동전을 던져도 앞면이 나오는 확률은 변하지 않고, 앞면이 나오게 던지는 기술도 향상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머피의 법칙이나 샐리의 법칙에서 말하는 운에 가깝다. 즉 운이 자기에게 더 자주 작동되도록 하는 길을 닦을 수 있다. 이러한 운을 "방향성 있는 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바로 자잘한 습관이다. 오늘하루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체크해본다면 내가 10년, 20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를 대답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방향성 있는 운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을 갖는다.
① 운이 한 번 작동한다 → ② 삶의 한 부분이 개선된다 → ③ 그 개선된 부분 덕분에 새로운 운이 작동한다
②→③→②→③의 반복이 지속된다. ②에서 ③이 촉발되고 ③에서 ②가 유도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기 때문에 방향성 있는 운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한 운이 찾아올 확률은 노력(좋은 습관)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연구 결과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기보다는 무작정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는데 집중하고, 이른 시기에 시작하고, 경쟁과 다양성이 가능한 개방적인 환경에서 노력하라는 뜻이다.
자 이제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실망할 것은 없다. 나처럼 35세가 되어서야 방향을 찾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나는 중학교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몇 시간씩 나의 미래를 상상했고, 대학교 1학년 때도 심각한 고민을 했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끝내고, 그리고 오늘까지도 끊임없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생각해 왔다. 내 귀한 시간을 쏟아 부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고,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 이러한 질문이 끝나는 날은 없을 것 같다.
박시훈 그럼 아무리 노력을해도 성공하기엔 힘들다는것이네요ㅠㅠ 그런데 저 연구에서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1만시간동안 한사람들도 포함되어있을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1만시간동안 하는 사람과 싫어하는일을 1만시간동안 하는 사람은 엄청 차이가 크지 않을까요? 2014-07-21 22:12
박형종 응 좋은 지적이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1만 시간 한 것과 억지로 하는 것을 1만 시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나겠지. 그런데 좋아하는 것이 해로운 것일 때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해야 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기의 미래와 사회를 위해서 좋은 것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어.
그리고 단순히 1만 시간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기적절하게(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경쟁하고, 피드백을 받는 환경에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 이것은 효율을 높이는 것과 비슷해. 효율이 높은 엔진을 쓰면 같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듯이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같은 시간을 썼을 때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거야. 2014-07-21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