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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2

(2003.08.27)

내가 저녁에 집에 오면 시훈이는 산책을 가자고 조르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놀이터에 갔는데 수십명의 동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 모여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재미있게 놀더군요.

시훈이는 아직 어려서 친구가 없기 때문인지 나와 함께 밧줄을 타고 미끄럼틀의 경사면을 오르는 놀이를 즐겨하지요. 형아 누나들이 같이 놀아주면 좋으련만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였는데..

그런데 마침 좋은 건수가 생겼지요. 초등학교 4학년애가 찬 축구공이 놀이터 한켠의 벤취 지붕 위에 올라간 것입니다. 공을 차기로 했던 십여명의 아이들이 지붕 위에서 공을 꺼내려 담쟁이 덩쿨을 밟고 올라가려고도 하였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나는 그 공을 꺼내는데 도움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뭐랄까 재미가 발동하기도 하였고.. 제법 키가 큰 꼬마를 무등을 태워 긴 막대기로 공을 꺼내 보았으나 실패하였고, 아이들과 쓰레기통 옆의 드럼통을 끌고 와서 그 위에 내가 꼬마를 무등을 태우고 꺼내려고도 하였으나 또 실패..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결국 아이들이 어디선가 사다리를 갖고 와서 그것을 받쳐서 지붕에 올라가 공을 꺼냈지요. 조금 위험하기는 하였으나 아이들은 얼마간의 모험을 즐겼고, 덤으로 지붕 위에서 탱탱볼도 하나 건졌고, 특히 자기 공도 아닌 것을 지붕 위로 차 올렸던 아이는 불안했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시훈이도 사다리를 올라가겠다고 몇 계단 올라서기도 하였고..


어제 같이 고생했던 때문인지.. 오늘 놀이터에 나갔더니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애들이 나와 맞먹으며 자기들의 세계에 끼어주더군요.. 덕분에 시훈이 놀이 친구 만들기는 걱정 끝. 특히 초등학교 5학년인 혜진이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여러 꼬마 중에서도 시훈이에게 안아보라고 하였고 "무궁화 꽃이 피웠습니다"라는 놀이도 같이 데리고 무척이나 잘 놀아주었습니다.


나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것을 마냥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이 평화로운 세계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기원하며..
박형종 2003-08-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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