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aso.net > 한라병원을 떠나며.. 방금전 시훈이는 엄마가 떠주는 한라병원에서의 마지막 밥을 먹었다. 내일 첫 비행기로 서울에 가서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백구현선생님께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시훈이는 여기서 병실의 다른 환자 아저씨들과 친해지고, 텔레비전으로 종일 볼 수 있는 짱구는 못말려와 같은 만화영화, 무선인터넷 등에 익숙해져 왜 여기를 떠나 다른 병원에 가야하는지 아쉬워했다.
시훈이와 시원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아저씨들과 친해져서 많은 것을 얻어먹고, 동생, 친구들과 어울렸다. 시원이는 첫날에는 악몽도 꾸고하더니만 다음날부터는 5층에서 만나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뛰어놀다가 할아버지에게 혼나기도 하고,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마지막날 병실에서는 바닥에 누워 친구와 이불뺏기 등을 하며 엄청 깔깔대고 잘 놀았다. 시훈이는 펜션을 하는 아저씨에게서 바닷속 세상과 스쿠버에 대해 많은 것을 들으며 흥미로워했다. 다음번에 제주도에 오면 스킨스쿠버를 가르쳐주시겠다고 했다. 바로 옆 침대의 아저씨는 성수기인데다가 태풍 다음날인 내일의 첫 비행기 표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 붕대를 풀었을 때 이식한 손가락 부분이 검은 색으로 변해있어, 마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기에는 답답했다. 마침 동관이의 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서울에서 진료를 받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내와 시훈이, 시원이만 내일 비행기로 가고, 나는 퇴원수속을 마친후 금요일 첫 배로 올라갈 예정이다. 시원이는 나에게 갈 때 먹으라며 자기가 그동안 수집해온 과자와 마이쥬 등을 서랍에서 꺼내 한 무더기 주었다.
이상하게도 병원에서 시훈이에게 양치질을 해주면서 행복을 느꼈다. 집에서는 어린 시원이에게만 양치질을 해주었었는데, 시훈이는 그것이, 그 시절이 부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 벌린 입과 둥그런 눈망울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길었던 한라병원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성심껏 수술해주신 의사선생님과 잘 보살펴주신 간호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끔찍하게 움직이지 않던 시간도 지나고 나니 결국엔 찰라와 같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