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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토마토

상추를 뜯어먹은 고라니에게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다. 영양사선생님이 5반이 가져온 상추가 수확시기가 늦었다고 했다. 고라니가 아니였다면 더 기다리다가 많은 상추가 썩었을 것이다.
 
그냥 고라니가 먹게 놔두자는 학생들도 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상추가 많아 고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텃밭 덕분에 별 체험을 다 하는 것 같다. 농사 경력이 수십년인 낮사감선생님도 학교 인근의 밭에서 고라니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셨다. 
 
텃밭이 무성하다. 처음에는 과연 잘 될까 하는 걱정이 많았었다. 학교에서 부지도 주고, 포크레인 작업, 로타리 작업, 바비큐 지원까지 해주었는데 지지부진하다면 정말 면목없는 일이다.
 
크게 자라서 벌써 수확한 100%무공해 상추는 학생들 점심 때 샐러드로 올라왔었다. 향이 강해서 양치질 할 때도 그 향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귀가 때 집에 가져간 학생들도 있었는데, 품평이 궁금하다.
 
크게 매달린 토마토와 흰꽃을 피운 감자, 잎이 무성한 고구마, 학생들 키와 견줄만한 옥수수.
 
그렇지만 가을의 결실을 제대로 맛보려면 막바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 토마토 지지대를 세우지 않은 반이 있는데, 토마토가 제법 크게 자라서 지지대를 세우지 않으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곁가지를 잘라주지 않으면 토마토들이 크게 자라지 않는다.
 
또한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들은 포기와 포기 사이에 한 웅큼씩 비료를 주어야 한다. 장마가 오기전에 작업하면 좋았겠지만, 지난 주말에 기말시험을 끝내고 모두 귀가하는 바람에 작업하지 못한 반이 많다.
 
1반 텃밭은 지난 토요일 내가 가족과 함께 가서 지지대도 보강하고, 곁가지도 치고, 비료도 주었다. 그날 윤승길선생님도 나와서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셨다.
 
오늘 애국조회 후에 텃밭을 둘러보았다. 며칠 사이에 부쩍 큰 옥수수가 시야를 많이 가렸다.
 
퇴비를 뿌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비닐을 덮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들에서 감자, 고구마, 상추의 성장 속도가 한 눈에 비교가 되었다. 어떤 경우에도 내 집 베란다에 심은 것보다는 더 잘 자랐다. 매일 텃밭 일지를 쓰는 학생은 흰 감자꽃이 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공부하다가 심신이 지친 학생들은 텃밭을 한번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먹기 때문에 성장하고, 유지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야채의 대부분은 잡초를 억제하는 제초제, 벌레를 죽이는 농약들을 사용하여 재배된다. 먹는 사람의 건강보다는 이익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텃밭은 완전 무공해다. 고라니도 그걸 알고 안심하고 우리 텃밭에만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작은 텃밭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텃밭은 농사꾼도 키우지만, 철학자도 키운다.
박형종   2010-07-03 20:28   [7]
탐스러운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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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훈   근데 양상추가  조금 썼어
2010-07-03 21:07  답글
박형종   그건 우리가 따로 심은 텃밭에서 수확된 거야. 별로 크지 않아서 썼던것 같아.
2010-07-03 21:05  답글
박시훈   그래? 아빠반껀 안썼어???
2010-07-03 21:06  답글
박형종   당연하지. 조금 흙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
2010-07-03 21:08  답글
박형종   얼른 따야돼. 지금도 많이 늦었어. 다만, 우리반 것은 고라니가 많이 먹어서 별로 없어.
2010-07-04 13:27  답글
박시훈   토마토도 따야돼는데........
2010-07-04 21:18  답글
박형종   토마토 익으려면 좀더 기다려야야 해. 익을 때쯤 학교에 데리고 가줄게. 
2010-07-04 22:56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