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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다시 금요일이다. 어제가 월요일인가 싶었는데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무튼 시간은 잘도 간다.

비가 어제까지 장마처럼 계속 오다가 오늘은 그쳤다. 밤공기가 성큼 차가워졌다. 저녁 먹고 7시 반에 산책을 나섰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시간이었다. 덕분에 붉게 저녁노을이 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지구다. 요즘 살충제에 오염된 닭과 달걀이 이슈이고, 유럽에서 수입한 생소시지도 먹으면 E형 간염에 걸린다고 하고, 제대로 된 먹거리가 드물다. 그나마 저녁노을이라도 예뻐서 다행이다.

평소에는 원주천을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이번에는 일찍 나온 김에 번화가에 가기로 했다. 코스에 변화도 주고 북새통에 가서 잡지와 책도 구경하고 싶었다. 스마트폰과 북새통 적립카드만 주머니에 넣고 걸었는데 내일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몸이 한결 가벼웠다.

약간 오르막이 있어 갈 때 30분, 올 때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원주천을 걸을 때는 몰랐는데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거슬렸다. 역시 사람이 만들어 놓은 문명과 문화는 유지비가 비싼 게 흠이다. 이 코스는 건강에는 마이너스인데 문화를 즐기기 위한 일종의 세금이라고 생각했다. 북새통으로 바로 가서 인테리어 잡지를 봤다. 8월 25일인데 벌써 9월호가 깔려 있다. 월말에 서점에 가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잡지를 한참 보다가 자기계발서가 있는 단행본 코너로 갔다. 거기서 《부자들의 선택》(토머스 스탠리)이란 책을 발견하고 조금 읽다가 사왔다. 이 책의 장점은 통계 자료를 충실하게 소개했다는 점이다. 서점을 10시쯤 나섰다. 번화가를 빠져나와 돌아오는 길에는 차도 사람도 줄어들어 있었다. 술을 마시고 들뜬 얼굴로 친구들과 함께 약간은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금요일 저녁에는 집에만 있어도 즐거울 것이다. 나는 건강을 생각해서 걷기로 했는데 그것도 즐거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 좋은 동네는 밤에 혼자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밤에 걷는 것은 아침이나 낮에 걷는 것과는 또 다르다. 빛이 있을 때 걸으면 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생각이 분산되는 반면, 밤에 걸을 때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최소화되고 생각이 깨어난다. 그래서 밤에 산책하는 사람은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흘러가는 금요일 밤이 아쉽지만 내일 토요일 아침도 다른 이유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제 잠깐 책을 읽다가 잠을 잘 생각이다. 금요일 밤은 다른 밤보다 더 포근하게 침대를 덮어주는 것 같다.
박형종   2017-08-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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