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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찾아서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났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비가 오지 않았다. 부랴부랴 아내와 아이들을 깨우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보온병에 담아 이케아로 출발했다. 3년 전 우리나라에 이케아가 생긴다고 했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다. 묵직한 차가 오늘따라 가볍게 느껴졌다. 주목적은 의자를 살펴보는 것이다. 9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20여 명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발견한 점은 측정용 줄자를 한 개씩 끊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북유럽 사람들의 합리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잠시 구경하다가 푸드코트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스파게티, 샐러드, 야채구이에도 연어가 빠지지 않는 점이 재미있었다. 북유럽 사람들은 연어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수십 종류의 의자에 앉아보고 결국 인터넷으로 구매대행 하려고 했었던 레이파르네 LEIFARNE 의자를 화이트와 블루로 각각 한 개씩 샀다. 플라스틱 사출의자라 생각만큼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유선형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의자 다리만 별도로 살 수 있게 되어 있는 부분도 합리적이다. 크롬도금 되어 있는 것을 골랐다. 의자 외에도 이것저것 집에서 쓸 소품들을 구경하다보니 4시간이 꽉 찼다. 인천 송도의 트리플 스트리트로 가기 위해 1시 반에 이케아를 나섰다. 반대편에는 이케아와 롯데마트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몇 백 미터나 줄지어 서 있었다.

트리플 스트리트에는 두 번째 가는 것이었다. 영풍문고에 들를 계획이었으나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 호두나무 원목가구들을 구경하고 다이소와 한샘도 둘러보았다. 한샘에서 여러 의자에 앉아보며 마침내 어떤 종류의 의자가 좋을지 결정할 수 있었다. 엉덩이 쪽과 허리 쪽에 쿠션이 있는 가죽의자가 더 안락했다. 그동안 인터넷으로 알아봤던 모델 중에서 적당한 가죽의자를 사기로 했다.

야외는 습하고 더워서 불쾌지수가 높았다. 지하세계가 이럴 때는 동굴처럼 쾌적하다. 지하통로를 통해 현대시티아울렛으로 건너가서 수수가든카페에서 아이스카페라떼와 롤케이크를 먹으며 한숨 돌렸다. 시원이가 프레즐도 사서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아내와 시원이가 옷을 구경하는 사이에 나와 시훈이는 갤럭시노트7을 살펴보고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그릿”과 “플랫폼 레볼루션”이란 책을 조금 살펴보고 샀다. 시훈이도 친구가 추천한 “언어의 온도”를 샀다.

저녁은 이국적이고 젊은 기운이 넘치는 그릴타이에서 먹었다. 3인 세트를 주문했는데 음식들이 입맛에 다 맞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군데군데 장맛비가 내렸다. 원주에 도착했을 때는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훨씬 여유로웠다.

요즘은 당일 여행이 좋다. 멋진 집을 놔두고 좁고 불편한 곳에서 거기다 비싼 돈을 주고 자야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그리고 원주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웬만한 곳은 다 있다. 조금만 일찍 출발하면 된다. 한두 가지 목표를 정해서 그것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면 하루 동안에 충분히 만족할만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의자를 찾아서 떠난 여행처럼.
박형종   2017-07-09 23:5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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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원   대박! 쌤 저 며칠전에(금욜에) 이키아 다녀왔어요ㅋㅋ사실 예전에 캐나다에서 한번 가본 적 있던 곳인데 한국에도 생겼다고 해서 구경 겸 다녀왔는데 이것저것 예쁘고 저렴한(가성비 갑!!) 물건들이 많아서 자꾸 카트에 주워담게 되더라고요...!근데 진짜 그런 가격에 그런 디자인이랑 튼튼한거랑 다 생각해보면 다른 가구회사들은 어쩌나...싶기도 했어요...ㅎㅎ! 근데 가구 말고도 생활용품이랑 푸드코트도 정말 잘 되어있더라구요...!!
2017-07-11 12:08  답글
박형종
박형종 양혜원   오호 한발 차이로 어긋났군! 이케아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자주 갈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없기도 하고.
2017-07-11 12:22  답글